암 등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치료 신약과 혁신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다 생명의 위협에 놓이지 않고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안전망 기금’ 도입을 재차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암협회와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돈 걱정 없이 치료받는 세상을 위한 초석인 ‘의료 안전망 기금’ 도입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단체는 “1회 투여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원샷 치료제’, 꿈의 암 치료 기술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 등과 같이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혁신 의료는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중증·희귀질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라면서 “하지만 고가의 혁신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생명 연장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은 절망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혁신 의료가 신속히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으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억 단위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데, 돈 있는 이들은 적기에 치료를 받고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지만 취약계층은 물론, 중위소득 수준의 환자들 조차 고액의 치료비 때문에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생을 마감하거나 가족들의 희생 하에 메디컬 푸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가히 ‘유전 무병, 무전 유병’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단체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건보 적용을 위해 급여 평가 및 약가 협상 기간 단축(210일→150일), 허가-급여 평가-약가 협상을 병행하는 시범사업 실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대책이 되고 있지 못하다.
나날이 발전하는 혁신 의료를 적시에 보장하기 위해선 현행 건강보험과 별개의 의료비 지원인 ‘의료 안전망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환자단체들의 입장이다.
의료 안전망 기금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넘어선 재난적 의료비나 중증·희귀질환 보장, 혁신의료 등 의학적인 필수 비급여 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편이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두 단체는 “의료 안전망 기금을 위한 재정마련을 위해선 기존 보건복지부의 재난적 의료비 및 지자체 각종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합하고, 제약회사의 분담금(위험분담제 환급금)이나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금 등을 재원으로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재정 확보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의 경우 2011년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았으나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항암제의 신속한 접근을 위해 암기금(Cancer Drug Fund)을 조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희귀의약품 기금(Innovative Medicines Fund)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미국 호주 벨기에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에서도 국고, 제약사 분담금, 민간단체 기부 등을 활용한 별도의 의료비 기금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건강보험의 향후 5개년 방향을 설정하는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중이다. 두 단체는 “하반기 발표될 2차 종합계획에 ‘의료 안전망 기금’이 필히 반영되어, 중증·희귀질환자들의 혁신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한편, 소득 수준에 따라 삶과 죽음이 선택되는 비극적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