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등 교권 추락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에게도 이와 관련된 책임이 있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 박사의 방송과 저술 활동이 지나치게 아이와 학부모의 입장에만 치우쳐 있어 교권 침해 사태를 유발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25일 오 박사의 SNS와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23)가 학부모의 극심한 민원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오자, 일각에서 그 원인을 오 박사에게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 박사의 책임을 지적한 이들은 “이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이제 TV에 그만 나오셔라. 교권 추락에 한몫하셨다”, “박사님 덕에 교육 현장에 ‘금쪽이’만 있다. 그런데도 사과는 안 하실 거죠?”, “저는 박사님 입에서 ‘조심하겠다’는 말 들어야겠다”, “교사는 사람 아니냐. 병은 병원 가서 치료해야지 왜 학교에서 케어해주길 바라냐. 방송에서 하차하라”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금쪽이류 방송이 환상 꾸며내”…교사들도 분노
이 같은 주장은 오 박사가 방송에서 제시한 ‘금쪽이’ 해법이 학부모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줬다는 데서 비롯됐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는 SNS에 육아 상담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서 박사는 당시 “‘금쪽이’ 부류의 방송 프로그램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솔루션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고 비판했다.
또 “상담 몇 차례나 교육 몇 차례로는 바보나 얼뜨기 아마추어가 아니면 그런 것이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며 “교육적 장기 입원까지 가능한 전문적 접근은 물론 행동치료 경험이 풍부한 일대일 전담 교사(치료사) 배치 등 강력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교권 추락과 오 박사를 연결짓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오은영이 학부모들 여럿 망친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쟁의 중심에 섰다. 해당 글 작성자는 “체벌 없이 오냐오냐 받아주고, 남 불편하게 하고 피해 주는 일까지도 존중해주고 공감하니 아이들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확산하자 일부 교사는 “오은영 교수 저서에 ‘담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와야 한다’, ‘교장 교감까지 찾아가 담임 교체를 요구하라’ 같은 대목이 있다. 교사로서 가슴이 턱 막히고 힘 빠지는 부분”이라며 오 박사의 해법에 섭섭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금쪽이를 위해서 교사에게 민원 넣는 법까지 (책에) 상세하게 쓰셨더군요. 세상이 금쪽이 중심으로 돌아가나요”라는 항의성 댓글도 달렸다.
“마녀사냥 멈춰야”…경찰, ‘갑질’ 학부모 조사
다만 오 박사가 교권 추락 문제의 본질이 아님에도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1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오 박사는 담임교사와 교감 선생님에게 폭언을 일삼는 아이를 두고 교권 위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오 박사는 방송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난동에 담임 교사가 눈물을 보이자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많은 방법과 힘을 잃어버렸다. 두손 두발을 다 놓은 입장”이라며 “선생님으로서의 위치에 잘 있어야 선생님 역할을 해내시는데, 그 위치를 여러 아이 앞에서 위협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박사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교육부에 가서 얘기해라” “사건 터졌다 하면 우르르 몰려와서 마녀사냥 하는 짓 언제 그만할 거냐” “꼭 한 사람을 희생양 삼아 죄책감을 해소해야 하나” “오은영이 문제가 아니라 내 새끼만 아는 학부모들이 문제인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경찰은 숨진 서이초 교사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학부모를 전날 불러 조사했다.
A씨가 숨진 이후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A씨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고, 이 일과 관련해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번에 경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는 이 사건의 양측 당사자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