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내려앉은 서울 영등포구 도림보도육교가 서울시 감사 결과 설계와 시공, 관리 등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도림보도육교 붕괴사고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는 도림보도육교 설계·시공·준공·유지관리 등 관련 업무 전반을 감사한 뒤 총 12건의 업체 행정처분을 하라고 영등포구청에 통보했다. 행정처분 내용은 고발 5건, 영업정지 2건, 입찰참가 제한 2건, 업무정지 1건, 손해배상 1건, 주의 1건이다. 또 관련자 18명에게는 ‘주의요구’ 등 신분상 조치를 하도록 했다.
감사 결과 도림보도육교의 총체적 부실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설계업체 A사는 당초 설계용역 과정에서 특허공법으로 제작하겠다고 계약했지만 실제 설계도서는 일반공법으로 작성해 납품했다. 또 무자격 업체에 설계자료 작성 업무를 위탁했고, 아치 거더(바닥 판이 설치되는 보), 회전단 등 주요 구조부의 설계기준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A사는 2016년 5월과 8월, 2017년 2월 총 세 차례에 걸쳐 구청으로부터 아치 거더 처짐 현상과 관련해 안전성 검토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원인을 분석하지 않은 채 ‘구조적 안전에 이상 없다’고 보고했다.
점검업체 B사도 부실했다. B사는 처짐 현상과 관련해 별도의 구조검토 없이 A사의 의견을 인용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초기 점검 보고서를 작성했다. 설계와 점검이 모두 부실했던 셈이다.
감사위는 A사 등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영업정지, 업무정지 조처를 하고 사기 혐의로 고발하라고 구청에 통보했다. 설계비, 공사비, 철거비 등으로 발생한 구청의 재산상 손실(총 32억원)은 손해배상 조치를 하도록 했다.
공사감독 업무를 위탁받은 서울시설공단은 시공사가 여러 단계에 걸쳐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시정조치도 하지 않았다.
정기 안전점검 업무를 맡은 점검업체 C사는 육교 거더의 처짐 정도를 측정하지 않은 채 시설물 상태에 10점(우수하고 안전에 문제가 없는 상태)을 줬다. 최종 안전등급도 A등급(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으로 지정해 보고했다.
감사위는 서울시설공단에 ‘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 C사에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영업정지, 고발 조처를 하라고 구청에 통보했다.
구청 역시 붕괴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3시30분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를 통해 ‘도림보도육교 붕괴위험’ 민원을 접수했지만 담당 부서에는 이틀 뒤인 올해 1월 2일 오후 4시3분에서야 전달됐다.
또 1월 2일 오후 6시7분 거더 중앙부 처짐 현상을 목격한 시민이 안전신문고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긴급 안전조치도 시행하지 않았다. 육교는 약 7시간 뒤인 3일 0시51분 내려앉았다.
감사위는 구청에 ‘주의요구’ 처분을 내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