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와 함께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미혼모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요금도 받지 않은 택시 기사의 일화가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25일 온라인에 따르면 충북 청주에서 돌 지난 아기를 홀로 키우고 있다고 밝힌 미혼모 A씨는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택시 기사님께 받은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까요”라며 자신이 겪은 일을 공유했다.
A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그는 아이 정기검진을 위해 충북대병원에 가려고 택시를 호출했고, 아기 띠 속에 아기를 안은 채 부랴부랴 2층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졌다. 천만다행으로 아이는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었으나, A씨는 서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크게 다쳤다.
A씨는 극심한 통증 속에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를 끌고 놀란 아이를 달래며 택시로 향했다. 택시 기사는 A씨를 보자마자 “목적지보다는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다”면서 트렁크에 있는 휴지를 다급하게 꺼내 와 지혈하라고 건넸다.
택시 기사는 응급실로 향하는 내내 “어떻게 된 거냐. 아이는 괜찮냐. 응급실에서 치료하려면 누가 있어야 할 텐데 연락할 보호자 없냐”고 물으며 A씨의 상처 부위를 살폈다. 이에 A씨는 “저는 미혼모여서 아무도 없어요”라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기사는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고 A씨를 다독이며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준 뒤 접수까지 해줬다. A씨는 “기사님 전화번호라도 알려주세요. 택시비도 안 받으셨잖아요”라고 말했지만 기사는 “얼른 치료받으라”며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A씨는 검사 결과 발목에 금이 가 깁스하고 찢어진 살은 꿰맸다고 전했다. 다행히 아이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살면서 이렇게 큰 은혜를 받아본 건 처음”이라며 뭉클해했다. 그는 택시비라도 꼭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택시 호출 앱을 통해 전화를 걸었지만 기사는 “괜찮냐. 치료는 잘 받았냐”며 걱정부터 해줬다고 한다.
A씨는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같은 따뜻한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나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며 “택시비도 계속 거절하셔서 전화기 붙들고 고개를 꾸벅이며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비는 물론 기사님의 따뜻한 배려와 은혜를 어찌 갚아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기사님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항상 건강하시고 이보다 더한 행복한 일이 생기길 기도드리겠다”고 감사해했다.
이어 “병원 측에서도 아이와 둘뿐이라는 사실을 아시고 최대한 저의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