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2m’ 급류 휩쓸린 10살…비번 소방관, 뛰어들었다

입력 2023-07-25 05:18 수정 2023-07-25 09:48
물에 빠진 뒤 구조된 초등학생과 놀란 아이를 진정시키는 경찰, 소방 관계자들. 영월소방서 제공

충북 제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어린이를 때마침 사고 현장 인근에서 산책하던 소방관이 발견해 구해낸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강원 영월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낮 12시30분쯤 제천시 장평천에서 친구 4명과 물놀이하던 A군(10)이 급류에 휩쓸렸다. 이때 산책로에서 운동 중이던 영월소방서 소속 엄주환(47) 소방위가 ‘살려 달라’는 외침을 듣고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A군을 발견했다.

엄 소방위는 지체없이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수심 0.7m가량의 얕은 물에서 놀던 A군은 물살에 떠밀려 이미 수심 2m 이상 되는 하천 중심부로 떠내려간 상황이었다.

비번 날 산책하던 중 물에 빠진 초등학생 구한 엄주환(47) 소방위. 영월소방서 제공

엄 소방위는 자신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상황에 놀란 아이가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누르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리라 판단하고, 기지를 발휘해 A군을 몸에서 떨어뜨려 거리를 확보한 뒤 물가로 조금씩 아이를 밀었다.

그러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A군을 물 밖으로 끌어올리면서 A군은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A군과 A군 보호자는 엄 소방위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영월소방서 소속 엄주환 소방위. 영월소방서 제공

7살 아들을 뒀다는 엄 소방위는 “산책 도중 얕은 물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가다가 발길을 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 1명이 물에 빠져 있더라”며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엄 소방위는 “장마철에는 모래가 떠내려오는 등 지형이 일정하지 않아 평소 수심이 얕은 곳도 갑작스레 깊어질 수 있어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며 “만약 들어가게 되더라도 꼭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