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겪고 있는 심아섭(15·중2) 양은 얼마전 TV를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동성 출연자들끼리 애정을 나누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영됐기 때문이다. 어릴 적 받았던 성교육과 배치되는 모습이었다. 심 양은 “일종의 ‘문화 쇼크’였다. 또 다른 성적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동성애에 호기심도 생기면서 정체성 혼란도 많이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동성애에 점령 당한 미디어
20여년 전만 해도 국내 미디어에서 동성애는 일종의 ‘금기’였다. 동성애자들의 방송 출연은 물론 동성애 관련 프로그램은 애당초 취급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동성애가 미디어에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히려 동성애가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드라마 예능 웹툰 영화 언론 보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동성애가 미디어를 점령했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급기야 최근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간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가 버젓이 전파를 타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며느리는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칠순을 맞은 시어머니에게 느닷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선 남성 동성애자들이 대거 출연, 한 집에 입주해 동성애를 즐길 연애 상대를 찾는다. 자극적인 소재로 해당 프로그램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하자 향후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웹툰 시장은 이미 2010년대 중후반부터 ‘동성애판’이다. 동성애 소재만 다루는 카테고리가 별도로 존재할 정도다. 심각한 점은 웹툰에 있는 동성애물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는 동성애 논란에 휩싸인 영화제가 개최됐다. 개막날 표가 매진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언론사들도 동성애와 우호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분위기다. 심만섭 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23일 “2011년 인권보도준칙이 만들어진 후 동성애 지지성 보도 비율이 이전 대비 25.5%포인트 가량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퀴어행사 보도에서도 국민일보 정도를 제외하고 대다수 언론이 퀴어행사를 옹호하거나 과대포장한 기사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절대진리 거부·다원주의에 편승
미디어들은 왜 이렇게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는다. 먼저 1960년대에 발생한 문화운동,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대변되는 시대적 흐름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송재룡 경희대 종교사회학회장은 “포스트 모더니즘은 절대적인 진리를 부정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다원주의를 지향한다. 즉 ‘차이에 대한 인정’이다. 이러한 사조가 전 세계를 지배하다보니 동성애도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소 늦었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사조가 유입되면서 시대적 흐름에 민감한 미디어가 동성애를 적극 옹호하며 편승하고 있는 것”이라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이전에, 따라가지 않으면 진보 또는 신사조에 뒤떨어진 구태의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미디어들의 ‘상업적 측면’도 동성애 옹호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청률이나 조회수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미디어가 동성애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계속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동성애 지지자는 물론이고 중립, 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들도 호기심 때문에 해당 콘텐츠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청소년 교육·예방단체 설립 급선무
동성애 콘텐츠를 뿌리고 있는 미디어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대상은 ‘청소년’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때인만큼 자극적인 콘텐츠에 취약하다. 다음세대인 청소년들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중추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에 전문가들은 동성애와 관련한 청소년 조기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은 “교계부터 ‘문화 전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우선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동성애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미디어의 무분별한 행태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면서 경계심을 고취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를 통한 ‘성혁명’ 물결을 전문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단체 설립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심 사무총장은 “미디어의 동성애 옹호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통계 수치를 만들고 비판 성명 등을 내는 단체를 통해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