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낯선 나라’ 한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유엔군 참전용사 64명이 24일, 이제는 ‘백발 노병’이 돼 70여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의 초청으로 방한한 참전용사 64명과 유가족 136명 등 모두 200명의 21개국 참전국 방문단이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보훈부는 이들에게 정부 차원의 예우와 감사를 전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영웅들을 모십니다’를 주제로 25일부터 28일까지 방한 행사를 진행한다.
미국 육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해럴드 트롬씨는 95세로, 방한하는 참전용사 중 최고령자다.
그는 1950년 이병(PFC)으로 참전해 6·25전쟁의 전황을 뒤집은 인천상륙작전과 미군 역사상 ‘최악의 극한지 전투’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 등 역사적인 전투에 투입됐다.
그와 함께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패트릭 핀(92)씨와 고든 페인(92)씨도 함께 방한했다.
6·25전쟁 당시 영연방군이 중공군의 격렬한 공세에 맞서 승전했던 ‘후크고지 전투’에 참전했던 영웅들도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로널드 워커(89)씨, 렉스 맥콜(92)씨, 버나드 휴즈(92)씨, 마이클 제프리스(이상 호주·90)씨와 빈센트 커트니(캐나다·89), 피터 마시(영국·90)씨다.
이들 중 커트니씨는 유엔군 전몰장병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매년 11월 11일 개최되는 국제추모행사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을 2007년 최초로 제안한 인물이다.
4형제가 함께 참전했던 아서 로티(91·캐나다)씨는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레이먼드, 아서, 모리스, 프레데릭 등 로티씨 4형제는 캐나다 왕립 제22보병연대 소속으로 1951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227고지전투 등에 참전했다.
4형제는 전쟁이 끝난 후 무사히 캐나다로 복귀했지만, 다른 형제들은 노환으로 별세했고 현재는 둘째인 아서씨만 생존해 있다.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맺은 인연을 기억하고, 그리운 한국인을 찾고자 하는 참전용사들도 있다.
윌리엄 워드(91·미국)씨는 부산 캠프에서 매일 자신의 빨래를 해주겠다고 했던 12세 소년 ‘장(Chang)’을 찾고 싶다며 보훈부에 그의 사진을 보내왔고, 에드워드 버커너(91·캐나다)씨도 부산에서 초소를 청소했던 한국 소년 ‘Cho Chock Song’을 만나고 싶다며 보훈부에 소년의 사진을 보냈다.
유엔참전용사 방문단은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입국 절차 간소화, 전용 출입국 통로 지원 등 최고 예우를 받았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73년 전 대한민국을 기억하는 유엔참전용사분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눈을 의심할 만큼 놀라운 발전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 밑바탕에 참전용사분들의 ‘피의 헌신’이 있었다는 데 감사드리고 싶고, 대한민국이 이를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꼭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유엔참전용사분들은 73년 전 발발한 전쟁에서 낯선 땅, 낯선 나라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젊음과 목숨을 바친 진정한 영웅들”이라며 “참전용사들에게 어떠한 불편함도 없도록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눈부신 발전을 이뤄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우뚝 섰다는 것과 우리가 함께 지킨 자유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참전용사와 세계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