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외벽 벽돌의 개수와 겉면의 질감까지 섬세히 표현한 40여점의 그림이 서울 종로구 새문안아트갤러리에 전시됐다. 얇고 세밀한 붓펜으로 스케치한 밑그림 위에 옅은 채색을 입힌 ‘붓펜담채화’라는 기법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인 이근복 목사의 전시회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에서는 이처럼 1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교회들이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재탄생됐다.
이 목사는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역사적·영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2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주요 한국교회를 그리기 시작했다”며 “4년간 총 72개 교회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를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 그가 쏟은 노력은 크다. 교회를 직접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교회 건물의 명암이 뚜렷하게 나오게 하려고 같은 교회를 여러 날 재촬영하는가 하면 섬세한 질감 표현을 위해 여러 차례 벽돌만 만지고 온 적도 있다. 그는 “벽돌과 자재 하나하나에도 교인들의 기도와 헌신이 담겨있다.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부연했다.
교회를 답사하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대한성공회 소속의 충북 진천성당(안철민 신부)은 노인산(Arther F. Laws) 의사 부부가 애인병원을 통해 의료 선교를 한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과거 의병운동을 하던 이들을 먹이기 위해 마당에 가마솥을 5개나 걸고 밥을 지어 먹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이 목사는 전시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개혁돼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본질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교회에 직접 방문하다 보니 교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 커졌다”면서 “관람객들도 작품 속 교회를 살펴보면서 교회를 향한 애정을 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전시회는 다음 달 3일까지 열린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