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목요일 브리퍼’ 된 한기정 공정위원장…직원들은 갸우뚱

입력 2023-07-24 06:01 수정 2023-07-24 06:0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언론 브리핑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공정위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행보에 공정위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공정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며 환영하는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질의응답이 진행돼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4주간 3차례 언론 브리핑의 브리퍼로 등장했다. 지난달 29일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절차에 관한 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기업집단 OCI의 부당내부거래 사건을 설명했다. 지난 21일에는 백신 구매 입찰 담합 사건을 브리핑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았다.

연달아 한 위원장의 브리핑이 목요일에 진행되면서 ‘목요일의 남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화요일에는 국무회의, 수요일에는 전원회의가 있어 한 위원장의 브리핑은 주로 목요일에 진행됐다.

최근 급증한 브리핑의 배경에는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장·차관들에 주요 정책을 기자들에 직접 설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원회의 심의에 참여했던 사건을 보다 상세하게 기자들에 전달하려는 한 위원장의 의지도 반영됐다.

다만 이같은 광폭 행보에 대한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위원장이 직접 브리핑을 진행해 사건이나 정책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질의응답을 예상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부정적 반응도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동일인(총수) 판단기준 및 확인절차에 관한 지침 브리핑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공정위는 그간 누적된 사례를 종합해 5가지 동일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브리핑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동일인 여부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한 위원장은 지침에 따르면 동일인에 해당하지만 한미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해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위원장이 지침보다 한미 통상 마찰이 우위에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한 공정위 과장은 “새로운 기준을 발표한 직후에 반례가 위원장 발언으로 언급될 줄은 몰랐다”며 “위원장의 답변으로 공식 입장이 명확해지면서 민망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