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과거 디젤차는 휘발유보다 저렴한 유류비와 연비 효율로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다. 그 자리를 친환경차와 전기차가 꿰차고 있다. 친환경차는 디젤차보다 다소 차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신차 4대 중 1대가 친환경차였고, 유럽에선 이미 친환경차가 디젤차를 추월하는 등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2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상반기에 등록된 한국의 신차 91만5012대 중 15만1108대가 하이브리드였다. 또 전기차는 7만8466대였다. 이 기간에 디젤차는 16만8219대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묶어서 보면 이미 디젤차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디젤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8% 낮아졌다.
유럽에서는 상반기 전기차가 디젤차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유럽 자유 무역 연합(EFTA), 영국의 상반기 신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기차가 93만8912대, 디젤차는 78만9465대였다. 점유율로 따졌을 때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45%였지만 디젤차는 14.5%에 불과했다. 지난달 유럽 내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기차는 15만825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66.2% 상승한 것이다. 또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10.7%에서 4.4% 성장한 15.1%를 기록했다. 디젤차는 지난해 17.4%에서 4% 줄어든 13.4%였다.
각국의 내연기관 규제가 판매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35년 이후 신규 승용차와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면 금지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에서도 2025년부터 서울시 내 공공부문 디젤차 진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내연기관 퇴출’ 선언인 것이다.
소비자에게도 디젤차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은 것도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다. 디젤차는 휘발유차보다 대략 400만원 가량 비싸다. 환경 규제로 인한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비교해 하이브리드(HEV)차는 휘발유차보다 약 300만원 정도 비싸다. 이렇다 보니 디젤차를 선택하기보다 차 가격도 100만원 더 저렴하면서 유류비와 연비를 둘 다 잡은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소비패턴 변화에 완성차 업체들도 디젤차 모델을 줄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세단 모델에서 디젤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찾아볼 수 없다. 출시를 앞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와 쏘렌토 등에서도 디젤엔진을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환은 각국의 환경 규제로 인해 디젤엔진이 사라지고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가 뜨고 있는 것이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수요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