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기 맞은 신탁사, 몸집 줄인다

입력 2023-07-24 06:00 수정 2023-07-24 06:00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올 하반기 부실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었던 PF 사업의 중심축이었던 부동산 신탁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영업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식이다.

23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궁화신탁은 기존 신탁사업팀을 축소하고 사업부문별로 영업전담팀을 신설했다. 기존 신탁사업팀 영업 인력 중 일부를 각 사업부문에 배치하는 식이다. 배치한 인원 규모는 사업부문별로 신설된 영업팀당 1~2명이다. 이들은 담당 부서에서 관리업무 대신 수주 영업을 전담한다.

신한자산신탁도 영업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신한자산신탁은 신탁1본부·신탁2본부·영업본부·전략사업1본부·전략사업2본부·전략사업3본부 등 6개 본부로 구성돼 있었지만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신탁 영업조직을 일부 축소하고 신탁운영본부를 한시적으로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영업 인력 일부는 지원부서로 배치됐다. 코리아신탁은 올 하반기 들어 신탁팀 30개 중 2개 부서를 축소했다.

신탁사들의 이 같은 조직개편은 PF 사업 개점휴업으로 신탁사 경영 환경에 빨간불이 켜진 데 대한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규모는 1668억원으로 전년(1875억원) 대비 11% 감소했다.

신탁사들은 관리형 토지신탁 상품을 팔며 과거처럼 PF에 직접 신용보강을 해주는 대신 2016년 이후 책임준공 형태의 계약을 맺어왔다. 책임준공확약은 책임준공기한까지 준공하지 못할 경우 PF 대주단의 손해에 대해 신탁사가 민법상의 손해배상을 부담하는 것이다. 통상 신탁사의 책임준공확약은 시공사의 책임준공확약이나 연대보증이 함께 공여된다. 이에 책임준공기한을 초과하더라도 시공사가 우선 완공된 부동산과 채무를 인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공을 맡은 건설사까지 부실화할 때다. 지난해부터 PF 금리가 급등하고 분양 계약률이 급감하면서 건설사들이 공사비 회수에 대한 우려로 시공을 포기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푸르지오 주상복합 사업에서 브리지론을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시공사가 채무인수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신탁사는 해당 사업장의 준공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만약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대주의 손해에 대해 대출 원리금 수준의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이 경우 자본금이 크지 않은 신탁사 특성상 사업장이 2~3곳만 망가져도 부도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사가 시공을 포기했을 때 신탁사가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하지만 최근 원자재값 급등과 금리 상승 탓에 들어올 수 있는 건설사가 거의 없다”며 “신탁사의 부실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