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푸틴… ‘스트롱맨’ 자존심 구기자 철권통치 강화

입력 2023-07-22 11: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철권통치를 강화하고 있다.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스트롱맨’ 이미지에 흠집이 나자 자신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걸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민족주의 성향의 군사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은 전날 러시아 당국에 구금됐다. 영국 BBC는 기르킨이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기르킨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간부 출신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큰 공을 세웠다. 지금은 군사블러거로 활동한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전쟁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비판해 왔다. 지난 18일에는 텔레그램에 “푸틴이 임기를 연장하면 러시아 국민들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쓸모없는 겁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기르킨의 표현 수위가 센 편이지만 푸틴은 그동안 군사평론가들에 대해 별 다른 통제를 하지 않았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이 군사평론가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 계기를 지난달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에서 찾는다. WSJ은 “크렘린(러시아 정부)이 민족주의자들과 군사 지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무장단체 수장 예게니 프리고진이 주도한 반란이 끝난 뒤 자존심을 구긴 푸틴이 우파 비평가들을 탄압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기르킨의 체포로 러시아 민족주의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커졌다. 민족주의 활동가 게오르기 표도로프는 “기르킨의 체포는 ‘더 광범위한 탄압의 조짐’”이라며 “우리는 단결해 스트렐코프(기르킨의 가명)를 지지해야 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바그너그룹 반란 여파로 구속돼 조사받은 러시아 고위 장교는 최소 13명이다. 숙청 대상에는 러시아군의 2인자인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