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검찰이 진품이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21일 천 화백의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를 공개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천 화백은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있겠느냐”며 직접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6년 서울중앙지검은 미인도 소장 이력 추적과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등을 종합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위작인 미인도를 진품인 것처럼 공표했다”며 고발된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무혐의 처분하고, 관계자 1명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교수 측은 ‘미인도가 진품일 가능성은 0.00002%’라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 감정 결과 등을 내세워 항고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
김 교수 측은 “검찰이 감정위원을 회유하고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천 화백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교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교수는 패소 뒤 입장문을 내고 “비록 법적인 구원은 받지 못했지만 천경자 화백의 타협 없는 예술 정신에, 그의 억울함에 대해 대다수 국민 여러분은 공감하고 계신다”며 “저는 자식으로서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므로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 측 대리인 이호영 지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이 검찰의 불법 행위 중 어떤 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았는지 면밀히 검토해 유족과 상의한 뒤 항소 여부 및 수사기록 전체에 대한 별도 정보공개 청구 소송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