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시합이나 연습 중 초등학교 제자들에게 화를 내고, 폭행한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코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영진)는 2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과 아동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2010년부터 강원도 춘천시의 한 초교 농구부 코치를 맡았던 A씨는 2013년 12월 C(당시 10세)양이 경기를 잘하지 못했다며 손바닥으로 팔과 등을 때리는 등 두 차례 폭행한 혐의다. 또한 2015년 3월부터 2020년 1월 중순까지 또 다른 제자 7명을 15회에 걸쳐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고소장과 진술서를 작성할 때부터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실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학생들은 “연습게임을 뛰다가 발목을 다쳤는데 A씨가 ‘뭘 잘했다고 우냐’며 뺨을 때렸다”, “‘작전시간마다 왜 그렇게 못 하느냐고 때렸다’”, “구호 ‘파이팅’을 외치지 않아 맞았다”, “작전판에 여러 대를 맞아 작전판이 두 동강 났다”, “생일빵 맞자며 쇠로 된 손잡이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서로의 피해 사실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점, 농구 지도를 받을 당시에는 ‘운동하면서 맞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농구협회에 의해 조사 절차가 이뤄지자 피해 사실을 진술한 점도 유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A씨 측은 학생들이 자신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피해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사전에 입을 맞춰 허위로 진술했다고 보이지 않고, 허위 진술할 동기나 이유도 찾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A씨가 “학생들을 폭행한 적이 없다”는 또 다른 제자들의 진술도 있었지만, A씨 자신도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꿀밤 등 가벼운 훈육은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피해 진술의 신빙성에 더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과거 엘리트 체육 중심의 체육인 양성 과정에서 지도 또는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저질러져 왔던 폭력적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우리 사회에서 더는 용인되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농구 지도를 받는 동안 상당한 공포감과 신체·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하기보다도 이 사건이 농구 코치계에서 자신을 견제하는 경쟁 세력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는 취지로 변명하는 등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곧장 재판부에 항소장을 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