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꾸미려고 범죄집단을 조직해 임차인 수백명에게서 보증금 680억원을 편취한 전세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세사기를 위해 체계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포착돼 관리자급 일당에게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적용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세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주택임대업체 대표 김모(42)씨 등 31명을 검거하고 이중 김씨 등 3명은 범죄집단조직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 일당은 2016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서울·경기·인천 등에서 빌라 수백 채를 사들이고 임차인 339명으로부터 보증금 68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일당은 범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빌라 매입부터 입차인을 모집하는 중개까지 모두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무자본 전세사기 범죄와는 달리 직접 주택임대업체를 설립한 것이다.
2016년 3월 컨설팅업자 이모(38)씨와 김모(38)씨를 영입한 김씨는 ‘깡통전세’ 빌라 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J주택임대업체를 세웠다. 이후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를 상대로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영업팀’부터 공인중개사 명의로 부동산 플랫폼에 해당 물건을 홍보하고 임차인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중개팀’, 시중에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을 홍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제작하고 전달하는 ‘홍보팀’으로 역할을 조직적으로 분담했다.
일당이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형 주택 중 이른바 ‘동시진행’이 가능한 매물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동시진행은 매수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매수인이 임차인이 지급하는 보증금을 매매대금으로 이용하고자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매매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매도인이 보증금을 입금받으면 곧바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식이다.
경찰은 김씨가 자력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음에도 범행을 지속했다고 봤다. 2015년 4월부터 개인채무에 대한 개인회생 인가 등으로 자력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를 받을 목적으로 동시진행 전세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실제 일당은 매매가보다 전세가를 높게 설정해 건축주들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총 18억원의 불법 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일당이 가로챈 보증금으로 얻은 부동산 203채와 차량 등 총 414억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보험 가입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임차계약 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이용해 주변 매매가 및 전세가를 확인하고, HUG 안심전세 앱을 통해 악성임대인 명단과 세금 체납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