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갑자기 북한으로 넘어간 미군 병사의 월북 직전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SBS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은 검은색 반판 티셔츠에 검은색 모자를 쓴 채 관람객들 사이에 함께 서 있다. 그의 주변에는 외국이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많았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등 평범한 모습이었다.
당시 현장 목격자 등에 따르면 킹 이등병은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하다가 갑자기 북측으로 뛰어갔다고 한다. 목격자는 “처음 든 생각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였다”며 “그가 친구와 틱톡 같은 SNS에 올릴 영상을 찍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투어 그룹에 있던 또 다른 목격자는 “이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판문점의)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투어 가이드들이 그를 뒤쫓았으나 잡지 못했고, 북한 병사들이 이 미군 병사를 구금했다.
킹 이등병은 지난해 서울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망할 한국인”이라고 소리치며 순찰차를 걷어차는 등 피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이를 내지 못해 48일간 노역장에 유치됐다. 노역을 마친 킹 이등병은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본국인 미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공항으로 이송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킹 이등병은 공항을 빠져 나와 공동경비구역 견학 프로그램 현장에 나타난 뒤 돌연 북한으로 넘어갔다. 킹 이등병이 공항에서 판문점까지 오게 된 구체적인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킹이 지난 17일 본국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공항에 있는 JSA 관광 광고를 보고 관광 대열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킹 이등병의 가족들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한편 미국 정부가 킹 이등병의 안위 및 소재 파악을 위해 북한 측에 여러 채널로 접촉을 시도 중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킹 이병이 살아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우리는 그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의 상태나 그가 어디에 붙잡혀 있는지, 건강상태를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으로부터 응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유감스럽게도 아니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의사소통이나 서신도 듣지 못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 관여의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