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그룹, 한국 경제 위기감…“K-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한목소리

입력 2023-07-20 15:18
한국경영학회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최한 제1차 ‘K-혁신성장 포럼’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국경영학회 제공

삼성, SK, 현대차 등 6대 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경제의 위기 돌파를 위해선 ‘K-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학회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최한 제1차 ‘K-혁신성장 포럼’에 참석한 김견 HMG경영연구원 원장은 “성장 잠재력이 고갈되고 저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 요인으로 인재 부족을 꼽았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섹터마다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역량 갖춘 인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감덕식 LG경영연구원 사업1부문장은 “근본적 불안감은 중국의 추격과 우리가 일본식 쇠락의 길을 걷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라며 “전기차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보다 앞서 있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애플 생태계’ ‘테슬라 생태계’와 같은 K-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기업 등 민간이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와 학계가 뒷받침하는 민간 중심 혁신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감 부문장은 “중국은 국가 주도와 함께 칭화대, 베이징대 등 지원이 뒤따른다”며 “정부와 학계가 연계된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산학연협력담당(전무)도 대학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5년 이후 미래를 알기 위해선 대학을 보라는 말이 있다”며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있는 20~30대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교수 출신인 박 전무는 대학에 있을 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나 스탠퍼드대 박사들에 교수 제안을 해도 ‘창업해서 오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역설했다. 정영민 롯데벤처스 대표이사는 “회사 전산실, 광고‧마케팅을 아웃소싱 했듯이 혁신도 아웃소싱 해야 한다”며 “스타트업이 규제 때문에 해외로 법인 옮기는 것을 막으려면 기존 CVC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일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도 “해외의 CVC 제도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을 한국에도 도입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한국경영학회는 CVC를 발전시킨 ‘산업혁신전문회사’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산업혁신전문회사는 사모펀드(PE) 역할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CRC) 역할을 모두 하는 것을 말한다. 또 자체 신산업 연구‧개발(R&D)과 개방형 기반을 구축하는 데 쉽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기업대학 설립도 가능하다.

이영달 한국경영학회 부회장은 “이 제도를 도입해서 개별 기업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역동성을 높여서 글로벌 경쟁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에는 6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 임원, 대학교수, 지자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재구 경영학회 회장은 “민간이 먼저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혁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