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이 숨진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진입로 곳곳에는 흙탕물이 차오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전날부터 날씨가 개며 입구 바닥과 벽에 있던 물은 모두 말랐지만 입구 중간에 설치된 가로등 허리에는 말라붙은 흙과 풀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과 유관기관이 20일 합동감식에 들어갔다. 오전 10시쯤부터 진행된 합동감식에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 45명이 참여했다.
며칠간의 배수작업 덕분에 지하차도 내부의 물은 모두 제거돼 있었다.
얼핏 보면 단순히 비가 내린 뒤의 모습같았지만 천장과 터널 벽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그날의 흔적이 역력했다. 4.5m 높이 천장에 달려 있는 터널등에 나뭇가지와 풀 등이 지저분하게 얽혀 있었던 탓이다. 차도 바닥에서는 1m가 넘는 나무폐기물과 각목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하차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 있어서는 안될 것들이었다.
도로 가장자리 철로 된 배수로 덮개는 일부 제거돼 있었다. 배수로 인근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부에 물이 흐르고 있지는 않았다.
지하차도 중앙에 있는 펌프실을 향할 수록 바닥의 진흙은 더욱 두터워졌다. 진흙은 성인 남성의 발 옆이 덮일 정도의 높이까지 차 있었다. 물까지 고여 있어 마치 갯벌과도 같았다. 펌프실에 들어가려는 감식반 대원들의 장화가 진흙에 푹푹 잠길 정도였다.
감식반은 오전 10시48분쯤 펌프실로 진입했다. 각종 전기 시설과 1분당 12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펌프 4대가 설치돼 있는 곳이다. 펌프실에 진입한 대원들은 시설 사진을 찍으며 설비들을 주의깊게 살폈다.
감식반은 이날 궁평2지하차도에 4대, 무너진 미호강 제방에 2대 등 총 6대의 3D 카메라를 설치했다. 지하차도 내부의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제방의 취약점은 무엇인지 살피기 위해서다. 경찰은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균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지하차도 펌프시설이 설계대로 만들어지고 정상 작동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지하차도 전체와 미호강 제방을 3D 카메라로 스캔해서 설계대로 시공이 됐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임시 제방뿐 아니라 주변을 모두 스캔해서 취약점을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청주=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