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우러 온 미국 고교생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영어 녹음으로 재능 기부를 했다.
리셸 사카(18)양과 다이아나라 가메즈(16), 루바바 타바썸(16)양 등 3명은 지난 14일과 18일 이틀간 전북 전주에 있는 ‘열린점자작은도서관’에서 마이크 앞에 앉았다. 이들은 차분한 목소리로 프랑스 유명 동화 ‘어린왕자’의 영역본을 40여분씩 낭독했다.
이들은 미국 국무부에서 선발한 ‘미 고교생 초청 한국어 연수(NSLI-Y for Youth)’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대상 중요 언어 습득 사업으로, 현지에 파견돼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전북도교육청, 혼불기념사업회와 함께 2014년부터 10년째 이뤄지고 있다. 지난 9년간 19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올해엔 22명이 선발돼 지난달 19일 입국했다. 이달 31일까지 6주간 신흥고에서 전문 강사진이 준비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우고 있다. 또 홈스테이를 하며 시민들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
영어 녹음은 프로그램 한국어 강사이자 전 평화방송 아나운서인 박헤레나씨의 지도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정확한 발음과 발성을 위해 며칠간 1~2시간씩 연습을 했다. 1시간 50분 분량으로 편집된 오디오북은 전북도 점자도서관에 기부된다.
사카 양은 “어린왕자 책을 거의 10년 만에 읽게 돼 너무 재밌게 참여했다”며 “이런 작은 행동이 많은 이에게 오래오래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타바썸 양은 “책 한 권을 완벽하게 녹음하느라 시간은 좀 걸렸지만, 제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굉장히 흐뭇하고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디렉터 김병용(혼불기념사업회 대표)씨는 “연수생들의 영어 녹음 기부는 2018년에도 진행된 바 있다”며 “봉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의 삶과 문화 향유권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활동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 한국 전문가를 꿈꾸는 연수생들은 4개 반으로 나뉘어 어학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시청, 공예 등 문화 수업도 받았다. 또 전주한옥마을 탐방을 비롯 부안 학생해양수련원 입소, 서울과 서해안 여행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