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내성천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A일병(20)은 전북도소방본부에서 27년 몸담은 현직 소방대원(57)의 아들이었다.
20일 유가족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A일병과 그의 아버지는 사고 전날인 지난 18일 2분간 통화를 나눴다. A일병 아버지는 “내가 걱정돼서 (어제) 저녁에 전화했는데. 2분 딱 통화를 했다”면서 “물 조심하라고. 아이고 나 못 살겠네”라고 울분을 토했다.
현직 소방대원 아버지의 ‘물 조심하라’는 당부가 부자간의 마지막 통화가 된 것이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A일병은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다 1학년을 마치고 지난 5월 해병대에 입대했다.
A일병은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으로 지난 19일 오전 9시3분쯤 경북 예천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전우들과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A일병의 부친은 1996년 소방관으로 임용돼 아내와의 결혼생활 10년 차에 어렵게 외아들을 얻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남원 지역 안전센터에서 현직 소방위 계급으로 근무하며 사명감이 투철한 소방관으로 활약해 주위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
A일병의 부친은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아내와 전북 남원에서 경북 예천까지 245㎞ 거리를 곧장 달려왔다.
부친은 아들이 실종된 지점에서 해병대 중대장을 향해 “구명조끼 입혔어요? 입혔냐고. 왜 안 입혔냐고요. 왜. 그게 그렇게 비싸요”라고 격분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세상에 물살이 이렇게 센 데,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죽겠네 정말. 기본도 안 지키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아내 역시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외동아들이에요. 외동. 혼자 있어요. 혼자. 어떻게 살아. 어디예요? 못 찾았어요?”라며 절규했다.
A일병은 실종 14시간여 만인 지난 19일 밤 11시10분쯤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