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에워싼 근조화환…그사이 등교하는 아이들 [포착]

입력 2023-07-20 11:39 수정 2023-07-20 13:02
20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들이 놓인 가운데 어린 학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0일 오전 이 학교 주변이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보낸 근조화환 300여개로 둘러싸였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화환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함께 ‘선생님 부디 편안해지시길 바랍니다’ ‘진상규명을 촉구한다’와 같은 조문을 적은 리본이 달렸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 화환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보내는 사람은 대부분 ‘동료교사 일동’으로 적혀 있었는데 ‘서울시교육청 교사 일동’ ‘경기 교사 일동’ ‘학부모 일동’으로 표기한 화환도 있었다.

화환은 이날 새벽부터 도착하기 시작했다. 등교시간이 되면서 근조화환을 지나 학교에 들어서는 아이들도 포착됐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문에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다. 뉴시스

교문에는 전날 저녁부터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수십장이 붙었다.

포스트잇에는 ‘이것은 선생님만의 슬픔과 아픔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가장 약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현실이 막막합니다’ 등의 추모 문구가 적혔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서초구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학교 측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A씨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특정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동료 교사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며 “학생 A가 뒤에 앉아 있던 학생 B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다. 학생 B의 학부모는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에 찾아왔고,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의 민원을 오롯이 담임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이 학교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연다. 이들은 국화꽃과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