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 옷 벗어주던 70대…100여명에 새 삶 주고 떠나

입력 2023-07-19 14:26
기증자 홍남선(75)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평소 나눔을 실천하던 70대 남성이 이름 모를 100여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문인성)은 지난 8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홍남선(75)씨가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으로 아픔 속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 7월 6일 자택에서 어지러움 호소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누군가 살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증하고 싶다는 홍씨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의 뇌사장기기증으로 1명이 간장을 기증받아 생명을 얻었다. 인체조직기증으로는 백여 명의 환자들에게 새 삶의 기회가 전해졌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 피부·뼈·연골·인대·혈관·심장판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자와 이식자의 조직형이 일치해야만 하는 장기이식과 달리 누구에게나 이식할 수 있다.

전남 담양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홍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월급날에는 형편이 어려운 주변 사람에게 옷과 음식을 사줬고, 추운 겨울에는 노숙자에게 자기 옷을 벗어주고 대신 노숙자의 옷을 입고 집에 오기도 했다.

홍씨의 조카 이재민씨는 “저에게는 아빠와 같았던 이모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셨기에 마지막도 누군가를 살리고 가시나 봐요. 하늘나라에서는 편하게 즐겁게 계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 남을 위해 생명을 살리는 기증이라는 결심을 내려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가족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이 순간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지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