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서 술상 좀 치워줘”…후배 부려먹은 중사의 최후

입력 2023-07-19 11:11 수정 2023-07-19 12:54
국민일보 DB

후배 부사관들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 여군이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A 전 중사가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2014년 여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A 전 중사는 2020년 12월 B하사에게 “퇴근하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 좀 사다 줄 수 있냐”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B하사는 “몇 ℓ(리터)짜리 봉투가 필요하시냐”고 물었고 A 전 중사는 “100ℓ 5장이랑 10ℓ 10장 정도”라고 답했다. B하사는 마트에서 쓰레기봉투를 사다 줬다.

이후에도 A 전 중사는 “PX에서 음료수를 사다 달라”거나 “성과상여금 서류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부서 C하사에게도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켰다. C하사는 청렴 교육 문제를 대신 풀어주거나 차량에서 짐을 옮길 때도 불려갔다.

A 전 중사는 2021년 1월 B, C하사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뜬금없이 “오늘 누가 근무냐”고 물었다.

B하사가 “제가 근무”라고 답하자 A 전 중사는 “아침에 아무것도 못 하고 나왔다”며 “(휴무인) C하사가 내 집(독신자 숙소)에 가서 (술)상 좀 대충 치워달라”고 말했다.

당시 C하사는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A 전 중사의 숙소에 가서 혼자 술상을 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A 전 중사의 잦은 지각도 징계 사유가 됐다. 그는 출근 시간보다 20∼30분씩 늦거나 점심시간에 위병소에 도착하는 등 1년7개월 동안 25차례 지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상황실 근무 때 2시간가량 자리를 비우거나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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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부대 여단장은 2021년 12월 근무지 이탈금지 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으로 그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 전 중사는 이 징계로 현역 부적합 심사에 넘겨져 전역 처분을 받자 곧바로 여단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의 근거가 된 정직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독신자 숙소를 치워달라고 한 날은 당직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며 “전날 같이 마신 술상을 간단히 치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각의) 근거가 된 위병소 출입 기록은 잘못 작성돼 믿기 어렵다”며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한 행위는 심부름이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후배들에게 대신하게 했고 심지어 물건 구매와 술상 치우기 등 사적 심부름도 시켰다”며 “나중에 자신의 숙소에 가서 해도 되는데도 후배에게 술상을 치우라고 시킨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위병소 출입 기록에 대해 “원고가 위병소에 도착하면 병사가 신원을 확인한 뒤 보고하고 지휘통제실 근무자가 출입 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라며 “시간 오류가 생길 여지가 적다”고 덧붙였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