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1명이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안보견학 중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JSA를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월북한 미국인의 성별이나 나이 등 신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월북한 미국인이 미군 소속 병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월북한 미국인의 송환 문제를 두고 북·미 간 대화 창구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유엔사는 “우리는 현재 북한이 이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미국인은 JSA의 한·미 장병들이 저지할 겨를도 없이 갑작스럽게 월북했으며, 북한군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의 통제를 받는 JSA 경비대대는 상황 발생 시에도 한국군이 아닌 유엔사에 보고하게 돼 있다.
지난해 1월 1일 탈북민 남성이 강원도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등 민간인이 월북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미국인이 월북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한미군의 월북 사례로는 1965년 비무장지대(DMZ) 근무 중 탈영해 월북한 찰스 로버트 젠킨스, 1962년 북으로 넘어간 제임스 조셉 드레스녹 등이 있다.
현재 미 국무부는 북한에서 미국인들이 체포되거나 장기 구금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국적자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미국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일주일 만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2017년 9월부터 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유엔사와 북한군 간 협조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월북 미국인의 송환 문제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군사적 접근과는 별개로 외교적 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 역시 인도적 차원의 협조를 명분으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날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출범회의가 개최되고,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부산작전기지에 기항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 공조 체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