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차별·갑질로 해고됐다면…법원 “정당한 처분”

입력 2023-07-18 11:28
국민일보DB

계약직 직원을 차별하고, 강제로 글씨연습을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은 한전산업개발 과장에 대해 법원이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냈다.

대전지법 2행정부(부장 박헌행)는 전 한전산업 과장 A씨가 “해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측 패소로 지난 5월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12월 차별과 폭언 등으로 직원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했다. 바로 다음 날, 한전산업개발은 즉시 A씨를 무보직으로 자택 대기 발령해 감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직원들에게 “XX, 너 똑바로 해” “야 일을 그딴 식으로밖에 못해?” “점심 먹지 마” 등의 폭언을 8개월에 걸쳐 수시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계약직 직원에게 일부러 고난도의 업무를 부여한 뒤 업무가 지연되자 “너 아직 계약직이지? 능력 없으면 회사 나가”라며 퇴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부당한 지시도 있었다. A씨는 직원의 글씨체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점심시간에 한자 쓰기를 시키고 숙제 검사까지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연말정산 자료 출력, 자녀 학습지 출력 등 업무와 무관한 개인 심부름도 시켰다.

A씨가 법인카드를 현금화하고, 납품업체와 유착을 맺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발견됐다. A씨는 자택 인근에서 350여만원을 유용하고, 특정 업체의 자재 재고품을 새로 구입한 것처럼 속여 발전소에 설치했다. 감사실이 4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지만 A씨는 “자존심이 상한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한전산업개발은 2021년 2월 A씨의 비위 행위를 확인하고 그를 해고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했고,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표적 징계를 당했다”며 “신고 내용이 과장됐거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스스로 출석 요구를 거부한 이상 징계 절차에 하자가 없고, 표적 징계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이 자연스럽고 상세하며 목격자들의 진술과 일치해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부서 직원 15명 중 6명에 대해 욕설과 폭언, 사적 용무를 지시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재고품을 자재로 사용한 행위 등도 한전산업개발의 업무수행에 대한 신뢰성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A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했고, 2심은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