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무능한 지자체, 재난 피해 키웠다

입력 2023-07-17 18:09

최소 13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과 안전 불감증, 무능한 행정력이 빚어낸 참사로 드러나고 있다. 사고 전까지 이를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지자체의 무사안일주의가 피해를 키웠다. 사고 40여분 전 ‘지하차도 차량 통제’를 요청한 112 신고에도 움직이지 않은 경찰의 책임 역시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보다 4시간30분 전인 오전 4시 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직후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기관 76곳에 통보문 등을 발송했다. 오전 6시 34분에는 청주 흥덕구에 전화를 걸어 “미호강 수위가 홍수계획 수위가 도달했으니 주민 대피 등 매뉴얼대로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는 모두 미호강 제방 부근에 위치해 침수 우려가 큰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광역자치단체부터 기초단체까지 모두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이다. 참사 이후에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은 지하차도 교통 통제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까지 이어가고 있다.

경찰 역시 일정부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17일 “사고 발생시간(15일 오전 8시40분)보다 1∼2시간 가까이 빠른 오전 7시2분과 7시58분에 이미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각각 한 차례씩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경찰 역시 112 신고를 두 차례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국무조정실은 궁평2지하차도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감찰에 착수했다. 국무조정실은 당일 새벽 충북도·청주시·청주 흥덕구 등 현장을 관할하는 광역·기초자치단체 및 경찰·소방에 들어온 모든 위험 신고와 후속 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자료 확보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사고 전 궁평2지하차도 통제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소방의 안전조치 내역도 살펴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책임 있는 지자체, 기관들의 소극 행정이 불러온 참사로 규정했다. 또 이런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사고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누군가 ‘위험하다’고 신고하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거의 반응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대응 매뉴얼이나 안전시설 등 제도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지자체 및 기관 간에 통화만 하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정신영 백재연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