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이 정치 쟁점화하면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그중에서도 2017년 1월 ‘제1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 이후 바뀐 적 없던 종점이 올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에서 바뀐 것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바뀐 노선안을 공개한 것은 지난 5월 8일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노선은 양서면이 종점이었는데, 돌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 예타 통과 이후 최적의 노선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강하IC를 신설키로 했고, 종점도 강상면으로 바뀌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군수가 여러 번 바뀌었어도 원안인 양서면 종점에 대한 입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며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 주변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강상면 종점인) 대안 노선이 공개되기 전 2018년 2월 양평군에서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2030 양평군 기본계획을 마련했는데, 대안 노선과 유사하게 제시됐다”며 갑작스러운 변경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예타 통과 이후 양평군과 하남시 등 관계 기관과 협의도 거쳤다는 입장이다.
또 예타를 통과한 이후 노선 조정도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1999년 이후 타당성 조사에서 24개 고속도로 사업 중 14개 사업의 시점 또는 종점 위치가 변경된 만큼 양평 사례가 특혜를 위한 사업 변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점 변경이 주변 지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는 종점 인근 토지는 진·출입이 불가한 통과 구간으로 주변 지가 상승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종점이 JC(분기점)이기 때문에 진출입로가 없어서 지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서울~양평고속도로와 JC로 이어지게 되면 서울 접근성이 눈에 띄게 높아져 지가가 오른다고 반박한다. 실제 인근 부동산 광고에서는 고속도로 신설로 “서울 출퇴근 20분대”가 가능해진다며 홍보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6일 사업 백지화를 발표한 것이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참전해 경기도와 국토부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국토부는 경기도에 “공개 간담회를 열자”고 제안하며 이슈 몰이에 나섰다. 경기도는 아직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지역 주민들은 고속도로 사업이 이른 시일 내에 재추진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양평군은 범군민 대책위를 구성하고 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 싸움이 된 고속도로 사업에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사업을 조정할 경우 사전에 해당 지자체에 알리도록 하게 돼 있는데 이런 절차가 무시됐다는 점도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는 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사업을 재추진하는 방안 등이 출구 전략으로 거론된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회가 의결해 요구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타당성 재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적절한 시기에 다시 정상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면 백지화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