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새 한달치 비 쏟아졌다…올해 호우 인명피해 50명 육박

입력 2023-07-16 17:33 수정 2023-07-16 17:35
지난 15일 충청권에 쏟아진 폭우로 세종시 연동면 금강 둔치에 조성된 합강캠핑장이 물에 잠긴 모습. 독자제공,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장마철이 시작된 지 20일 만에 전국에서 평균 400㎜ 안팎의 비가 쏟아져 장마철 강수량 평균치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 집중된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사흘간 내린 비가 한 달 장마철 강우량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올해 호우로 인해 50명 가까운 이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하며 12년 만에 가장 큰 피해를 낳고 있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장마철에 돌입한 이래 지난 14일까지 20일간 중부지방에 평균 424.1㎜, 남부지방에 평균 422.9㎜의 비가 쏟아졌다. 평년(1991~2020년 평균) 장마철 강수량(378.3㎜와 341.1㎜)보다 10~20% 많은 수준이다. 제주의 경우 평균 306.9㎜ 비가 내려 평년치(348.1㎜)에 육박했다.

평년 장마 기간은 중부지방 31.5일, 남부지방 31.4일, 제주 32.4일 정도로 한 달이 조금 넘는다. 올해는 20일 만에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15일 새벽 충청권에 쏟아진 폭우로 충남 공주시 금강철교(국가등록문화재) 상판 바로 밑까지 빗물이 차오른 모습. 공주시 제공

올해 최악의 수해를 입은 경북과 충북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과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경북 문경과 충북 청주의 최근 30년 장마 기록을 보면 문경은 평균 31.3일 동안 365.6㎜, 청주는 평균 31.0일간 344.7㎜의 비가 내렸다.

그런데 최근 호우가 집중된 지난 13일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3일간 문경 동로면에 내린 비의 양은 485.5㎜다. 청주 상당구에는 474.0㎜의 비가 내렸다. 3일간 강우량이 한 달간 내릴 비 양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올해 장마철 강수량은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이미 최근 10년 사이 4번째로 많다. 더구나 앞으로도 중부 이남 지역에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돼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강원남부내륙·산지와 충청권, 남부지방, 제주도에 호우특보가 내려졌고, 전남권과 경남권에는 시간당 20∼50㎜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19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지속해서 내리고 20~21일은 제주를 제외하고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다가 22~24일 다시 전국에 비가 오고 25~26일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가운데 실종자 수색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전국적으로 범람과 침수, 산사태 피해가 속출했다. 이로 인한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아직 7월 중순인데 지금까지 호우 사망·실종자 수는 이미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지난 9일부터 이날 현재(오전 11시 기준)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공식 집계한 사망·실종자는 모두 43명이지만,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등 추가 피해 집계에 따라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가운데 실종자 수색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공식 집계 이후 이날 경북과 충북에서 사망자가 1명씩 추가됐다. 이번 집계 전인 지난달 말 경북 영주와 전남 함평에서 각각 1명씩 숨진 것까지 더하면 올해 들어 호우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2020년 54일간의 최장 장마 기록을 세웠을 때의 호우·태풍 사망·실종자 수(46명)를 벌써 넘었다.

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호우의 경우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만으로 15대 차량이 물에 잠겨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9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경북 예천 산사태 등이 발생한 경북에서만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산사태로 숨진 이만 12명이다.

올해 이 같은 인명피해는 2011년 호우·태풍으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등이 일어나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후 최대 규모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간 태풍·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122명이다.

태풍·호우 사망·실종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 자릿수였고, 2015년에는 1명도 없었지만 2019년 18명으로, 2020년에는 46명으로 급증했다. 2021년에는 3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30명에 이르렀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