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핵심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장남(29)이 법정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에는 김 처장을 몰랐다’는 취지의 이 대표 발언을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장남 김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본가에 가 있으면 아버지가 방안에서 전화를 받고 나오는 모습을 봤다”며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얘기하고는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 도중이나 저녁, 밤늦게 혹은 주말에 전화를 받았다”며 “어머니가 물을 때도 아버지가 그렇게(시장과 통화)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업무와 관련해 시장인 피고인(이재명)에게 칭찬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냐”고 묻자 김씨는 “구체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대장동뿐만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아버지가) 자주 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아버지에 대해 증언을 하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아버지를 모른다고 말한 점에 대해 “모를 리가 없는데 (이 대표가) 왜 자충수를 두고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검사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2018년 성남시청에 여권을 만들러 간 적이 있는데 바로 옆 사무실에 있던 아버지가 와서 ‘이쪽 시장실에 들어가서 계속 보고한다’고 말씀하신 게 정확히 기억난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피고인이 부친과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모른다고 하는 이유를 대선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씨는 “그 어느 아버지가 자식에게 당신 업무와 관련한 이야기를 거짓말하겠나”라며 “저는 들은 그대로 진실만을 얘기했고, 아버지도 저에게 거짓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실무 담당자였던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김 전 처장은 이 인터뷰 전날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아버지가 2021년 9월 이후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자 “진정 아버지가 관련됐느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고도 했다. 그는 “저는 진지하게 아버지에게 ‘진짜로 받은 게 있냐’고 물었다”면서 “처음에는 ‘유동규가 다 한 거 아니겠냐’는 취지로 말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재명도) 의심이 든다’ 정도로 말씀하셨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가 2015년 1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김문기씨 등과 함께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온 사진·동영상 등을 공개했다. 그는 “이 정도 자료가 있는데 모른다고 하는 걸 믿을 수가 있나라는 뜻에서 자료공개를 했다”고 밝혔다.
‘출장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적이 있나’는 검찰 질문에 김씨는 “출장 직후는 아니지만 이재명씨랑 낚시도 하고 수차례 보고하고 그런 얘기들을 들었다”며 “호주출장이라고 꼭 집어 얘기하지 않았지만 ‘성남시장이랑 골프도 쳤다’고 했다”고 답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