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등학생에 대해 배달대행업체가 39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6단독 윤아영 판사는 사고 당시 17세였던 고교생 A군의 유가족이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A군은 2021년 1월 18일 오후 8시30분쯤 경기도 부천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업무를 하던 중 길가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A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뇌출혈 등으로 2주 뒤 숨졌다.
유족은 “배달대행업체가 부모 동의도 없이 야간 근무를 시켰고 안전보건교육도 하지 않아 사업주로서 보호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업체를 상대로 1억 7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업체 측은 “A군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라 단순히 배달 중개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근로기준법상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법원은 유가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윤 판사는 “A군은 하교 후 하루 10건 이상 배달을 수행했고, 업체로부터 오토바이도 받았으며, 약 1년간 4일을 제외하고 모두 근무했다”며 “A군과 배달대행업체는 근로계약 관계가 맺어졌다고 보는 게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대행업체는 A군이 미성년자임에도 부모 동의 없이 야간에 근무하게 했으며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며 “A군 부모에게 손해배상금 3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윤 판사는 다만 “A군 부모에게도 보호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고 길가에 무단 주차한 트럭 운전자의 과실도 있다”며 “배달대행업체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는 15%로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