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에 실패한 러시아 민간용병 집단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업체를 몰수하는 작업에 나선 뒤 바그너그룹마저 정규군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격전지에서 주력 부대로 활약했던 바그너그룹의 편입이 전쟁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에 따르면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 바그너그룹 부대가 우크라이나전 지원에 상당한 규모로 참여하는 것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바그너그룹 전투원 대다수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은 물론 그와 함께 반란에 직접 갑담했던 수천명의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소재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라이더 대변인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군 점령 지역에 그대로 주둔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투에는 가담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일각에선 바그너그룹 조직이 재편되고 대다수 용병이 국방부에 편제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의 무장 해제 작업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바그너그룹 소속 전차와 미사일, 각종 중화기, 방공 시스템 등 2000개 이상의 군사장비와 2500톤(t) 이상의 탄약, 2만정 이상의 총기가 정규군에게 넘어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반란에 참여한 바그너그룹 용병들에게 형사처벌 면제를 약속했다. 이들에게 국방부와의 정식 계약을 통한 정규군 편입, 퇴역 후 귀가, 벨라루스 이동 배치 중 하나를 택하라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바그너그룹 부대원 35명과 만난 뒤 정규군 편입을 제안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부전선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바흐무트 등 격전지 전투를 이끌어왔다. 러시아는 정규군 고전 속에서도 바그너그룹 활약 덕에 바흐무트 점령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바그너그룹이 철수하면 러시아에서 가장 전투경험이 많은 노련한 병력이 이탈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그너그룹의 퇴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추이가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정규군 편제 등 내부 문제로 인한 혼란이 이어지면 우크라이나로서는 긍정적인 상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전력 공백은 분명해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일 익명의 유럽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최근 체첸군을 최전방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첸 공화국이 러시아에 얼마나 많은 병력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