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잘못 인정”…반성문엔 ‘판사가 읽을까’ 의심도

입력 2023-07-14 14:38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달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지난 5월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정유정(23)에 대한 첫 재판이 14일 열렸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태업)는 이날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 측이 미리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정유정은 이날 초록색 수의을 입고 동그란 검은색 안경을 낀 채 법정에 등장했다. 고개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에 참여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41분 중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 집에 들어간 뒤 준비해 온 흉기를 꺼내 110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찔러 살해했다.

이어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손목을 절단하는 등 시신을 훼손한 뒤 낙동강 인근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정유정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 중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추가로 더 할 말이 없는지 재판부가 묻자 “네”라고만 답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언제 태어나서 어떻게 살았고, 이 사건 전에 어떤 심경이었는지, 범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정유정에게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 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유정이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과 관련해 “반성문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던데, 판사가 제출한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재판을 마치고 변호인과 검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퇴정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8월 21일 오전 11시 부산법원종합청사 35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