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면서 전국 곳곳의 의료기관에서 응급 환자 수용 거부나 외래 진료 차질, 수술 일정 취소 사례 등이 발생했다.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입원지원센터 입구에는 ‘금일부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센터 문은 닫혀 있었고, 불도 꺼진 채였다. 평상시라면 입원 환자 집중 치료를 위해 검사를 진행하는 등 업무에 분주했을 시간이었다. 이 병원은 수술 예약 일정 등 안내 전화를 담당하는 인력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제대로 통화 연결조차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혼란과 불편이 빚어졌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사립대병원지부 29곳과 국립대병원지부 12곳, 특수목적 공공병원지부 12곳, 대한적십자사지부 26곳, 지방의료원지부 26곳 등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른바 ‘빅 5’인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상급종합병원 20여곳이 포함됐다.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은 이날 오전 초진 환자의 경우 진료 접수를 받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 인력 공백으로 접수가 지연되자 재진 이상 환자 위주로 진료를 한 것이다. 파업에 따른 불편 예고가 사전에 안내되면서 병원을 찾은 환자 자체가 평소보다 적었다.
직원 3500여명 중 80%가 파업에 동참한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의 경우 중환자와 산모를 제외하고 일반병동에 있는 환자 700여명을 전날까지 모두 퇴원시켰다. 병원엔 퇴원이 어려운 환자 100여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부산대병원 환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인근 대학병원과 중소 병원들은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은 총파업이 진행되는 13~14일 예정된 200여건의 수술 일정도 연기했다. 병원 관계자는 “비노조원 인력으로는 120병상 정도만 평상시처럼 돌볼 수 있다”며 “현재 남아있는 환자만 관리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충남대병원 역시 14일로 예정된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을 연기했다. 또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경증인 입원 환자들에게는 퇴원하라고 안내했다. 병원 관계자는 “비상인력으로 병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1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구성원들도 환자들도 혼란과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파업 첫날 당장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은 의료기관들도 파업 비참여 인력들이 추가 업무를 부담하면서 가까스로 현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광주 조선대병원은 일부 조합원이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했지만, 진료와 수술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대신 남아있는 의료진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조선대병원은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를 협력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등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병원 측은 “14일까지 모든 수술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파업 장기화에 대한 대비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전국 집중 총파업을 벌인 데 이어 14일에는 서울과 세종, 부산, 광주전남 등 4개 거점에서 총파업 대회를 이어간다. 이후에는 개별 지부가 임금 협상 등을 두고 사업장과 무기한 투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차민주 정신영 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