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라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발사 현장을 시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이 적대시정책을 단념할 때까지 군사적 공세를 취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은 “한·미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에 기반을 둔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3일 “전날 미사일총국에서 전략무력의 핵심무기체계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1단계는 표준탄도비행 방식, 2·3단계는 고각비행 방식으로 설정됐다”며 “미사일은 최대 정점고도 6648.4㎞까지 상승해 거리 1001.2㎞를 4491초(74분51초)간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전했다. 고각으로 쐈다는 것인데, 정상각도로 쏠 경우 1만5000㎞ 이상 날아갈 것으로 추정돼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로 둘 수 있다. 비행시간도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ICBM 중 가장 길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4월에는 최대 정점고도와 비행거리·시간 없이 1·2단이 어디 낙탄됐다는 것만 밝혔는데, 이번에는 1차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3개월간 보완 발전시켜 최대사거리 발사와 안정성을 확인한 시험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여주기’용으로 탄두 없이 무게를 줄여 사거리를 늘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6000㎞까지 고도를 올릴 정도의 성능이면 미국 본토를 충분히 때릴 수 있는 사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술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아직 미흡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나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압도적 대응에 나설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공조 회의에서 상황을 긴밀히 공유했다”며 “어떤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ICBM 발사 성공으로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실패를 만회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밝게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화성-17, 18호를 연달아 쏘는 등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북한 주장 ‘전승절’)에 새 무기를 등장시키고 정찰위성으로 화룡점정을 찍으려다 실패했다”며 “정찰위성과 맞먹지만 예전에 한 번 발사해 안정성이 있는 화성-18을 통해 만회를 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은 전승절 70주년에 맞춰 김정은의 업적으로 보여주려던 위성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선 김 위원장 앞 탁자 위에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물건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폴더블폰이 맞다면 중국을 거쳐 은밀히 북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권중혁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