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3.50%에서 동결했다. 2주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베이비 스텝’(0.25% 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차는 2.00% 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본 유출을 가속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런 영향을 고려해 “연내 금리 인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 2·4·5월 회의에 이어 4회 연속으로 금리를 3.50%로 고정했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5.00~5.25%다. 한미 간 금리차는 1.75% 포인트로 유지됐다.
다만 연준은 오는 27일 새벽에 끝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정례회의에서 0.25% 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15일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연말까지 2차례가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후 참여한 경제 관련 회의에서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이날 오후 2시 현재 ‘베이비 스텝’을 택한 비율은 92.4%로 우세 의견으로 채택돼 있다. 동결을 예상한 비율은 7.6%다.
연준의 예고와 시장의 판단에 따라 연준이 2주 뒤 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브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의 금리는 5.25~5.50%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한미 간 금리차는 상단을 기준으로 2.00% 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연준이 하반기 중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한미 간 금리차의 폭은 2.25%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은은 한미 간 금리차에 ‘기계적 대응’보다 국내 경기 상황을 살피면서 유연하게 움직일 계획을 밝혀왔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한미 간 금리차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 계속되는 긴축 기조에 따라 한국의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이날 “연내 금리 인하를 이야기할 수 없다”며 “물가(상승률) 목표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