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 시위를 “한국의 위상을 추락시킨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계질서 대전환기,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5회 국가 현안 대토론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그로시 사무총장의 입국을 반대한 시민단체를 향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민사회의 행동이라고 해도 선진대국인 한국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참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IAEA는 유엔 산하기관이다.
반 전 총장은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한 공항에서 입국을 저지당해 곤란을 겪었다든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이야기”라며 “국격을 해치는 일이다. 의원들께서 시민사회를 지도·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로시 사무총장이 봉변당하고 이튿날 아침 저에게 일찍 전화를 해왔다. 제가 위로를 해줬다.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나 화끈하게 환영을 해줘 당시 좀 곤경에 처했던 점이 곤란했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로시 사무총장은) 웃으면서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국민에게 열심히, 정확하게 사실을 설명해주기 위해 왔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 문제를 해외로 이슈화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유엔으로 가지고 가자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다. 그건 전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유엔 총회는 다수결로 정하게 돼 있다. 과학 문제를 다수결로 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과학자들 말을 들어야 한다. 정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 퍼센트”라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