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살리고 떠나는 마지막 길…친구 20여명 배웅 ‘뭉클’

입력 2023-07-13 11:12 수정 2023-07-13 14:53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족 제공

고려대에 다니는 24살의 꿈 많던 청년이 뇌사 장기 기증으로 6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장기 기증을 위해 병원을 옮길 땐 친구 20여명이 병실 앞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가족을 눈물짓게 했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고대 기계공학과 4학년 이주용씨가 6명의 환자에게 심장, 폐, 간, 신장(좌·우), 췌장, 안구(좌·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족과 식사 후 방으로 들어가는 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이를 동생이 발견해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젊고 건강한 아들이 어디선가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은 이씨가 쓰러진 날 몇 차례나 위기가 있었는데, 장기를 기증하는 순간까지 견뎌준 것이 존경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가족은 “그대로 떠나갔다면 견디지 못했을 텐데 이별의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어디선가 살아 숨쉰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하나님이 지켜준 것 같았다”고 전했다. 또 “주용이 외할머니가 오랜 기간 신장 투석을 받고 있어서, 병마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식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도 했다.

2남 중 첫째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재밌는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분위기 메이커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장기 기증과 적출을 위해 입원해 있던 곳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되던 날, 병실 앞 복도에는 그를 기억하는 친구 20여명이 찾아와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부모는 숙연한 모습의 친구들을 영상으로 남기며 발걸음해 준 데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족 제공 동영상 캡처.

이씨의 어머니는 “정말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 매일 아침 네 방을 보면 아직 잠들어 있을 거 같고, 함께 있는 것 같아. 엄마가 못 지켜준 거 미안하고 떠나는 순간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된거라고 생각해. 사랑해 주용아.”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씨의 장기 기증을 담당한 조아름 코디네이터는 “짧은 시간이지만 고인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알게 됐고, 이토록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사랑이 새 삶을 살게 되는 수혜자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기증해 주신 유가족과 기증자가 영웅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