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이후 ‘쥐꼬리 무증’에 냉가슴 앓는 개미들

입력 2023-07-13 06:00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업들이 자금조달 방안으로 택하는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주가하락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원성이 거센 탓이다. 이때문에 ‘주주달래기’용으로 무상증자를 유상증자와 동시에 단행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기업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한데다 사업성도 불투명해 일시적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기업들은 총 8개사로 대부분 바이오기업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피플바이오는 지난달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방식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같은날 보통주 1주당 0.2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시행했다. 피씨엘 역시 52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방식으로 유상증자를 공시 후 1주당 2주 신주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동시 추진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진원생명과학 역시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함께 단행했다. 이들 기업들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 치며 최근 한달간 많게는 41%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이 유·무상증자를 함께 추진하는 건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유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시장에 악재로 통한다. 투자자들에게 기업이 자금난에 빠져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탓이다. 또 유상증자를 단행할 시 유통주식수 증가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고, 주가대비 발행가액이 저렴해, 싼 가격의 매물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질 우려도 있다. 이에 기업의 자본총액 변동없이 주식만 추가로 발행해 단기적으로 주가부양할 수 있는 무상증자를 시차를 두고 단행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무상증자를 단행한 기업들이 대부분 적자일로에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무상증자로 단기간에 주가가 오르더라도,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으면 주가가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실제 올해 1분기 피플바이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9.6% 떨어지며 적자를 기록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영업익도 전년 동기 대비 10% 올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미미한 무상증자 규모도 일반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원인이다. 유상증자로 희석된 지분가치를 보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진원생명과학의 무상증자 비율은 보통주 1주당 0.2주에 그친다. 에쓰씨엠생명과학, 보로노이, 꿈비 등도 보통주 1주당 0.2~0.3주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무상증자보다는 확실한 기업성과를 투자자들에게 설득시키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박동흠 회계사는 “무상증자는 기업가치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해 주가가 원위치로 돌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면서 “기업의 확실한 비전과 성과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