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12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밝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겨냥해 “(내가) 경제부총리였다면 주무장관의 책임을 묻고 해임을 건의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조700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로 백지화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경제부총리로서 숱하게 많은 고속도로 등 SOC에 대한 재원 배분을 경험했고, 예비타당성조사를 총괄하는 위치에도 있었는데 장관 말 한마디로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그만큼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혹 제기를 빌미로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사업을 볼모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이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도 꼬집었다.
김 지사는 입장문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에서도 원 장관의 발언에 대해 “장관직이 무슨 노름판의 판돈이냐”고 맹비난했다. 그는 “저도 정무직을 세 번 하면서 소신에 안 맞아 사표를 낸 적도 있지만, 한 번도 그걸 언론에 밝히거나 미리 알린 적은 없다. 인사권자의 결정 이후에 알려지게 됐다”며 “그것이 임명된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이자, 태도다. 장관직을 건다는 것은 임명된 정무직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특히 이 같은 논란의 시작이 갑자기 등장한 변경안(강상면 종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1월 타당성 평가 관계기관 2차 협의시 국토부 공문에 ‘사업개요’와 ‘위치도’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불과 6개월 만에 전체 노선 27km 중 55%가 바뀐 이유는 무엇이냐”면서 “도대체 누가, 왜, 어떤 절차를 통해 노선을 변경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변경안대로 진행하면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총사업지가 기존 안에 비해 15% 이상 증가하거나 교통량 수요가 30% 이상 감소하면 감사원이나 국회가 요구할 경우 타당성 재조사를 하게 돼 있는데, 변경안은 이런 재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 최소한 1년 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돌이켜보면 지금의 모든 혼란과 국론분열은 모두 갑자기 튀어나온 변경안과 그에서 비롯된 백지화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애초의 사업목적에 부합하며, 주민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고, 가장 빠르게 건설할 수 있는 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정상적인 추진은 12만 양평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1400만 경기도민 전체의 문제이고 양평군을 찾는 모든 국민의 문제”라며 “의혹이 있다면 명백히 밝히면 된다”며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놓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회를 가진 뒤 브리핑을 갖고 “아무리 팩트를 얘기하고 아무리 노선을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틀)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