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이 흥행 공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증시가 회복하며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자 자신감을 얻은 기업들이 환매청구권으로 화제성까지 높이는 모양새다.
환매청구권은 상장 주관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상장 후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면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여하며,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환불받을 수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 와이랩의 경쟁률은 1917.16대 1로 마감했다. 이달 초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1821.64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데 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스튜디오형 웹툰 제작사인 와이랩은 올해 처음 성장성 특례 전형을 선택한 기업이다. 성장성 특례 전형은 상장 주관사의 추천을 받으면 적자 기업이라도 IPO에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6개월간 환매청구권을 보장한다.
와이랩의 IPO 성적은 앞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알멕의 흥행 과정을 따라가는 양상이다. 전기차용 알루미늄 부품을 만드는 알멕 역시 올해 첫 테슬라요건(이익미실현 특례)으로 상장했는데, 환매청구권이 부여돼 청약 열기가 높았다. 기관투자자 경쟁률은 1697.23대 1, 공모청약 경쟁률은 1355.60대 1이었다. 상장 당일 시초가는 공모가(5만원) 대비 190% 오른 14만5400원까지 치솟았다.
인공지능(AI) 플랫폼 기반 혁신 신약 개발 전문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도 IPO에 나서며 환매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역시 적자기업으로, 기술특례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앞선 두 기업과 달리 환매청구권을 부여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은 만큼, 손실 비용을 보장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가 순항하면서 하반기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자칫 주관사의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매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는 이유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장한 공모주들이 잇따라 흥행 성적표를 내놓자 뜸하던 조 단위 대어들도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IPO 채비에 나선 상황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사실상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종목에 전략적으로 환매청구권을 건다”며 “자발적으로 부여하는 경우는 흥행을 더 시키려는 목적이고, 그러면서 주관사도 상장 기업으로부터 높은 인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