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적 폭우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사흘은 비오고 나흘은 맑다는 장마의 법칙이 깨지고 동남아 지역의 스콜(열대성 소나기)을 연상시키는 갑작스런 폭우와 이후의 폭염이 반복되는 중이다. 11일 서울엔 시간당 70㎜가 넘는 폭포비가 투하되면서 일부 지역에 처음으로 ‘극한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서울 동작구 기상청 관측소에는 시간당 76.5㎜에 이르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구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일부 지역에도 시간당 5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이상기후 시 열차 통제기준에 따라 오후 3시 56분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금천구청역 구간의 양방향 열차 운행이 15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동작구를 비롯해 영등포구, 구로구 일부 지역에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 안전확보를 위한 국민행동요령 확인 바람’이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송출했다. 사상 첫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다. 기상청은 여름철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여름부터 ‘1시간에 50㎜’ ‘3시간에 90㎜’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면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1시간 강수량이 72㎜를 넘어도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폭우는 12일까지 이어지겠다. 수도권과 강원내륙 및 산지, 충청권, 전라권, 경북 내륙에는 최대 120㎜의 비가 올 전망이다. 특히 충청남부와 전북에는 200㎜ 이상, 충청북부와 전남, 경북북부 내륙에는 150㎜ 이상의 강수가 예상된다.
비가 그친 후엔 일부 중부내륙과 남부지방에서 낮 최고기온이 31도 이상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간당 5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지다 이튿날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현상이 올해 장마 특징이다. 장맛비가 예보된 날에도 강수는 특정 시점과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통상 한 달 안팎으로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비가 꾸준히 오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오지 않는 날이 있는 게 장마의 개념”이라며 “최근에는 그런 현상이 없고 오히려 오지 않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