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0.78’ 앞에서, 이민정책 없이는 한국 미래 없다”

입력 2023-07-11 17:03
김영록 전남지사(왼쪽)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열린 법무부와 전라남도 외국인‧이민제도 정책 소통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지난해 취임 초부터 이민정책을 준비하면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이민정책 선진국의 장관, 이민청장 등 최고책임자들을 만나고 그 나라의 이민정책을 분석했습니다. 그 분석 결과는 이렇습니다. ‘이민정책에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선진국은 없습니다. 제각각 나름의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민정책을 하지 않는’ 선진국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준비하지 않아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출산율 0.78의 현실 앞에서, 체계적인 이민정책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애써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우리는 선진국들의 실패담을 분석해서 웅덩이를 피해 지름길로 갈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10년 뒤에 ‘왜 그때 하지 않았는지’ 원망받고 후회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1일 국민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이민정책과 관련한 지금의 생각을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법무부는 이민정책을 국가 백년대계로 규정하고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 장관은 출산율 현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출산연령 인구 자체가 작아져 분모가 작아지기 때문에 숫자(0.78)가 늘긴 하겠으나, 출산장려 정책만으로 인구절벽을 극복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했다. 결국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던 다른 나라들을 분석하면서 체계적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일 방안을 모색할 때라는 의미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전남도청을 방문해 김영록 전남지사를 면담했다. 둘의 대화 역시 시작부터 인구와 이민정책 이야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전라남도는 2004년까지만해도 인구 200만명대를 유지했었는데, 지난해에 181만명까지 감소하는 등 대한민국의 인구감소를 체감하고 있다”고 모두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체계적인 외국인정책을 위해 이민청과 같은 콘트롤타워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지역특화형 비자의 전남 배정규모를 확대해달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8월 법무부를 방문해 무안공항 무사증제도(무안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5인 이상 단체 관광객이 15일 동안 비자 없이 전남·광주·전북·제주를 여행할 수 있는 제도) 등을 건의했었다. 법무부가 김 지사의 제언을 받아들이면서 이 제도는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조선업 외국인 인력 확보,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 등의 정책도 함께 시행 중이다.

한 장관과 도 관계자들은 전남에서 ‘지역특화형 비자’와 ‘계절근로자 제도’를 보다 활성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법무부와 지자체가 협업, 해당 지역의 특수성과 산업 수요를 반영해 신설한 특화형 비자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을 방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달성하려는 취지로 계획된 제도다. 인구감소 지역의 우수인재와 외국국적 동포에게 일정 기간의 거주, 취업‧창업을 조건으로 각종 비자 혜택을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8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10월까지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농어촌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한 계절근로자 제도의 개선도 법무부가 역점을 둬온 부분이다. 지난달 말 기준 104개 지자체에서 1만8092명이 참여 중인데, 해외 입국자가 이 가운데 1만7802명이다. 법무부는 올 들어 해외 지자체 귀국보증금 제도를 폐지했고, 결혼이민자와 국내 유학경험자 등을 언어소통 도우미로 배치했다. 고용허용 인원을 확대하고 제출서류를 간소화했다. 종전까지 최대 5개월이던 계절근로(E-8) 체류기간은 8개월로 연장했다.

정진영 이경원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