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환자가 아닌, 우리 환자를 진료한다.’
차 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암센터가 국내 최단 기간 암 다학제 진료 5000례를 이뤄냈다.
2016년 췌담도암 분야에 처음 다학제 진료를 도입한 분당차병원은 현재 유방암 부인암 대장암 간암 폐암 갑상샘암 두경부암을 비롯해 모든 암 질환에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다학제를 시행한 후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는 물론, 치료 성공률도 높아졌다.
다학제 진료는 한 명의 환자 진료를 위해 3~9명의 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공동 진료를 하는 시스템이다. 한 자리에서 의사들 의견을 모아 치료 계획을 세우고 환자를 진료한다는 점에서 환자 중심적 진료 방식이다.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한 고광현 교수는 11일 “굉장히 이상적인 진료 시스템이지만 의료진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고 자기 환자가 아닌 환자 진료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낸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아 현장 적용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안심하고 감동하는 모습과 무엇보다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교수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분당차병원 다학제 진료는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평균 5개 진료과 7명의 교수가 참여한다. 평균 진료 시간은 30분이다. 내과 외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진료과 암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여 ‘내 환자가 아닌 우리 환자’를 진료한다.
진단부터 수술, 항암·방사선, 면역 항암, 신약 치료 단계별로 계획을 짜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식을 선택한다.
전홍재 암센터장은 “진료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아 점심 시간과 진료가 끝난 5시 이후 모여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며 “이제는 이것이 다학제 진료 패턴으로 완전히 굳어졌다. 수술 불가능했던 환자를 항암 후 수술하고 말기 환자들이 암세포가 사라지는 완전 관해를 경험하면서 교수들 조차도 새로운 의욕과 활기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췌담도암에서 시작된 다학제 진료는 모든 암으로 확대됐고 작은 회의실에서 출발한 다학제 진료실은 현재 3개로 늘어나 환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매년 1000례 이상의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2021년 다학제 진료를 받은 628명 대상 만족도 조사 결과 100%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암환우 카페와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분당차병원 암센터의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의 감동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분당차병원 윤상욱 원장은 “우리 병원 다학제 진료는 병원 경영진이 아닌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진행해 환자와 보호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국내 암 치료의 모델이 됐다”며 “암뿐 아니라 난임, 비만, 선천성 기형 등 난치성 질환에도 다학제 진료를 도입해 새로운 치료 프로토콜을 제시함으로써 고난도 중증질환 치료와 미래 의료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분당차병원은 암 다학제를 주도한 100여명 의료진과 암을 이겨낸 환우들과 함께 지난 5일 다학제 5000례 기념식을 가졌다.
한편 권위 있는 미국 암치료 가이드라인(NCCN)에서도 모든 암 환자의 치료율과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다학제 진료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