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꿨는데 왜 덥지”… 방안에 실외기 설치한 기사

입력 2023-07-11 00:04 수정 2023-07-11 09:59
지난 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집 안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모습. 사연을 공개한 A씨가 찍은 사진으로, 실외기 아래에는 떨어지는 물을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건과 플라스틱 그릇도 받쳐져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한 에어컨 설치 기사가 실외기실이 좁다는 이유로 실외기를 방안에 설치하고 갔다는 황당 사연이 알려졌다.

자신을 공인중개사라고 밝힌 A씨는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에어컨 기사님이 실외기를 방 안에 설치했었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중개한) 입주자가 집에 설치된 에어컨에서 찬 바람이 안 나온다고 연락해 왔다”면서 “(이 내용을) 집주인에게 전달하자 (에어컨) 연식이 오래됐으니 교체해주는 것으로 얘기됐다”며 글을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집주인은 직접 근처 가전제품 직영점을 방문해 에어컨을 주문했다. 다만 설치 기사가 에어컨을 설치하는 날 집주인과 입주자 모두 부재했고, 집주인이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줘 기사가 혼자 에어컨을 설치하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새 에어컨을 설치한 후에도 입주자가 “집이 너무 더워 살 수가 없다” “더운 바람이 나오는데 어떻게 하냐”고 A씨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A씨는 이에 입주자에게 에어컨 사진을 요청했다가 깜짝 놀랐다. 에어컨 실외기가 방 안쪽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설치 기사가) 에어컨 실외기실이 좁아서 실외기가 안 들어간다고 방 안에 거치대를 만들고 그 위에 떡 하니 올려놨던 것”이라면서 “아무리 여름철 성수기가 바쁜 건 알지만 이건 아니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설치할 수 없으면 취소하고 다시 주문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 꼬집었다.

실외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뉴시스

A씨는 집주인에게 이 상황을 전했지만 처음 에어컨을 구매했던 직영점은 그사이 없어졌다고 했다. 다행히 집주인이 해당 브랜드 다른 영업점에 방문해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집주인이 지난 5일 ○○전자 영업점에 방문해 항의하면서 사진을 보여주니 그쪽도 황당해하며 설치 잘하는 기사를 섭외해 재설치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A씨는 10일 오전 다시 글을 올려 “9일 기사가 집을 방문해 설치 완료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내 글이 많이 퍼져나가면서 설치 기사에게 연락됐는지 ‘글 내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애초에 다른 고객한테는 (설치 제대로 하라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올렸기 때문에 글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설치 기사들이 여름철에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그렇더라도 이런 식이면) 소비자들도 어쩔 수 없지 않냐”고 개탄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냉난방기도 아니고 이게 뭐냐” “어처구니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건 해외토픽감이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이어갔다.

한 누리꾼은 “에어컨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화난다”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