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일어난 중고거래 사기 10건 중 9건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은 사기를 막기 위해 직거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당근마켓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경찰이 수사 협조를 요청한 신고 사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 87% 이상이 비대면 택배 거래였다고 10일 밝혔다. 비대면 사기의 방식으로는 택배로 거래하자며 선입금을 유도한 뒤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돈을 보내주면 백화점 상품권이나 모바일 기프티콘 등 온라인 상품권의 코드를 전송하겠다고 하고는, 돈을 받고 잠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허위로 만들어낸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로 유도해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3월 당근마켓에서 사기를 당한 조모(39)씨도 비대면 택배로 거래하려다 피해를 입었다. 조씨는 “중고 시세가 40만~45만원인 다이슨 공기청정기를 30만원에 판다기에 돈을 부쳤는데, 그 뒤로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됐다”며 “판매자가 판매글에 구매내역을 첨부해두고, 전날 저녁 샤넬 귀걸이, 다이슨 드라이기를 팔았던 글도 남아있길래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사기를 막기 위해 직거래를 유도할 방침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채팅방에서 ‘택배’라는 단어나 구체적인 주소가 언급되면 자동으로 ‘택배 거래보다 직거래를 권장한다’는 메시지를 띄운다. 안전한 거래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발송한다. 불가피하게 비대면으로 거래할 때에도 안전하게 사고팔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안심결제’ 기능을 도입한다. 구매자가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받고 상태를 확인한 뒤 구매 의사를 표시해야 거래 대금이 판매자에게 전달되는 기능이다.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로 속여 외부 링크로 송금을 유도하는 사기 수법에 대응하는 것이다.
현재 당근마켓은 상품권을 거래하는 채팅방에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상품권 거래 시 주의사항’ 가이드라인을 발송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사기 가능성이 높은 게시글을 걸러내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온라인 상품권 거래 사기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