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낙상 사고’로?…전방부대 은폐 의혹제기

입력 2023-07-10 16:14

강원도 한 육군 부대에서 부대원의 극단적 선택 시도를 낙상 사고로 축소, 감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은 육군 모 사단 예하 부대에 근무하는 한 장병이 10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를 통해 제보한 내용이다.

7월 10일 강원도 한 부대에서 부대원의 극단적 선택 시도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 익명 제보를 통해 제기됐다. 육대전 캡처

제보자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2일 오후 7시쯤이다. 당시 A병사는 3~4m 높이에서 추락해 얼굴과 폐를 크게 다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제보자는 “뛰어내린 사람은 중대에서도 예의주시하던 인원이었다”며 “사고 발생 후 그날 저녁부터 전우조 활동을 강조하고 어길 시 징계한다는 (내용도) 전파됐다”고 말했다.

전우조 활동은 병사들의 돌발 행동이나 자살 시도 같은 위험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 2명 이상이 한 조로 활동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제보자는 또한 사고 다음 날 추락 장소에 극단적 선택 예방 포스터가 부착됐고, 사흘 뒤인 지난 5일에는 여단장이 방문해 대대장과 대화를 하였다고 전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대대장이 대대 전 인원을 강당에 집합시킨 뒤 해당 사건에 대해 ‘극단적 선택 시도’가 아닌 ‘낙상 사고’라고 발표했다. 이후 추락 장소에 있던 예방 포스터 역시 수거됐다.

제보자는 “(대대장이 발표할 때) 그곳에 있던 간부 일동이 당황하는 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고로 (A병사가) 뛰어내린 장소는 펜스가 어깨높이 이상으로 올라와 작정하고 넘는 게 아니라면 사람이 떨어질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극단적 시도를 낙상 사고로 덮었다는 것이 대대원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부대가 부대원의 극단적 선택 시도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육대전에 입장을 밝혔다. 육대전 캡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해당 부대는 “사고 경위에 대해 수사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부대원들이 사고 원인을 잘못 예단하지 않도록 확인된 사실 위주로 교육한 것”이라며 ‘개인 신상과 관련한 사항을 본의 동의 없이 임의로 판단해 제보하고 게시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A병사는 현재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