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다. 억수로 큰 상어가 나타났다.”
지난 8일 오후 9시30분쯤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고등어 낚시를 하던 낚시어선 알파호에 이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선장 이설희(66)씨와 낚시동호인 10여명은 바닷속을 쳐다본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길이 4m에 달하는 거대한 상어가 등지느러미를 바다 위로 내놓은 채 배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10일 “상어를 처음 본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평생 바다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큰 상어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며 “한 사람이 작살로 상어를 찌르려 했는데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절대 장난치지 마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씨는 상어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입항 후 포항해경파출소에 신고했다. 해경은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청상아리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고 어촌계와 포항시, 경주시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청상아리는 열대와 온대 해역에 분포한다. 농어, 청어 등을 잡아먹으며 성질이 포악해 사람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강원·경북 동해안에 상어가 잇따라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일 동해해경은 강원도 삼척시 광진항 1.2km 해상에서 청상아리로 추정되는 상어를 발견해 지자체에 이를 알렸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전 7시30분쯤 강원도 속초시 장사항 2.7㎞ 해상에서는 죽은 백상아리가 발견됐다. 상어는 길이 1.95m, 둘레 95㎝였다.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동해안에서 발견된 상어는 모두 9마리다.
국내에서 상어로 인한 인명피해는 모두 7건으로 이 중 5명이 사망했다. 모두 백상아리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6.5m까지 자라는 백상아리는 상어 가운데 가장 난폭한 종이다. 온대와 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며 먼바다보다는 연안에 많이 서식한다.
상어 출몰이 잇따르자 지자체와 해경도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강원도 속초시는 지난 8일 개장한 속초해수욕장에 가로 600m, 세로 50m 크기의 안전 그물망을 설치했다. 포항시는 15일 개장하는 도구·구룡포 등 6개 해수욕장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한다. 특히 상어 퇴치기를 해수욕장마다 1대씩 배치하고 특수교육을 받은 안전요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상어 퇴치기는 수상 오토바이에 장착한 뒤 강한 전류를 내보내 상어를 쫓아내는 기구다. 또한 해경은 해수욕장 개장 기간 연안 순찰을 강화하고, 경비정을 배치하는 등 상어에 따른 안전사고에 대비하기로 했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명응용과학부 교수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백상아리와 청상아리가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활동영역을 남·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넓힌 것으로 보인다”며 “백상아리는 악상어, 청상아리와는 달리 해수욕장 인근까지도 접근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