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버지’ 이제는 적장… UAE 국대 사령탑으로

입력 2023-07-10 14:24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가나와 조별예선 2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KFA제공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54·포르투갈)이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UAE 축구협회는 10일(한국시간) 벤투 감독의 선임 소식을 알렸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지휘한 뒤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하고 한국 대표팀을 떠났다. 이후 폴란드 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으나 불발되었다. 이번 계약으로 7개월간의 공백기를 마무리하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10일 아랍에미리트 축구 국가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자신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UAE 축구협회 SNS 캡처

2004년 포르투갈 스포르팅 유소년팀을 시작으로 감독 경력을 쌓은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카타르월드컵까지 약 4년 4개월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단일 임기 기준 한국의 최장수 사령탑으로 이름을 남겼다.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엔 크고 작은 성과를 내 ‘벤버지(벤투+아버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벤투 감독 체제 아래 한국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고,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4년에 걸쳐 ‘빌드업 축구(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 플레이로 공격을 전개하는 전술)’를 한국 축구에 정착시켜 현대 축구의 기반을 닦기도 했다.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 1~2명에 기대 득점을 노렸던 과거 전술에서 벗어나 빌드업을 통한 점유율 높은 축구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에 벤투 감독이 계약을 맺은 UAE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다. 2024 AFC 아시안컵,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등이 예정되어 있어 머지않아 한국의 상대팀으로 만날 가능성이 생겼다.

벤투 감독은 이달 말부터 열흘가량 유럽 훈련 캠프를 통해 UAE 사령탑으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UAE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 등 중요한 대회들을 앞두고 있다”며 “나이 등에 관계없이 선수 선발 기준은 경기력이다. 승리로 UAE 팬들을 기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