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SNS 내 비뇨질환 영상삭제 부당”…고소 결말

입력 2023-07-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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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비뇨의학과 의사가 ‘네이버 밴드’ 계정을 비공개로 운영하며 성 의학 관련 영상을 올렸는데,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해당 게시물을 음란물로 판단해 삭제하고 계정을 정지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해당 의사는 ‘비공개 밴드는 타인에 노출될 위험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업무·권리방해 혐의로 네이버 측을 지난달 경찰에 고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고소 각하’ 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분당경찰서는 네이버와 이 회사 최수연 대표를 불송치 결정했다.

앞서 박경식 박경식남성비뇨의학과 원장은 네이버가 비공개 밴드에 올린 자료를 외설물이나 유해 콘텐츠라는 이유로 삭제·폐기하고 계정을 이용 정지했다며 네이버를 고소했다.

박 원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 원장에 따르면 그는 2018년 네이버 밴드를 개설해 발기부전 환자 진료 때 쓰는 성 관련 영상과 회고록 작성을 위해 모아둔 기록 등을 비공개로 올려뒀다가 네이버 AI에 의해 게시물이 손상·삭제됐다.

박 원장은 이후 네이버에 자료 복원을 요구했지만 매우 미흡하게 이뤄졌고, 밴드 이용 정지로 서울시·송파구 의사회와 대한비뇨의학과 회원으로서의 업무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받아 계정 이용 정지 해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또 밴드를 비공개로 개설해 회원이 자신뿐이며 이곳에 올린 자료 역시 환자 진료 등을 위해 모아둔 성 의학이나 회고록 집필과 관련한 업무·학술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네이버는 박 원장이 비공개로 운영한 밴드를 AI 알고리즘이 자동 탐지한 결과 청소년 유해 콘텐츠로 판단돼 그에 합당한 조처를 했으며, 문제가 된 자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네이버 밴드는 애초 데이터 저장 목적으로 운영되는 클라우드와 구별된다는 점을 들어 제재를 옹호하는 주장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만한 자료 유통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반론이 공존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서비스 제공자가 삭제와 같은 임시 조치를 하려면 해당 자료가 정보통신망에 유통돼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돼야 한다.

한편 박 원장은 이 건과 별개로 지난 7일 분당경찰서에 네이버 최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박 원장은 당시 “네이버는 마치 내가 진료한 환자의 특정 부위를 촬영해 불특정 다수에 배포한 양 언론에 응대했다”며 “기사에 나를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병원 운영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