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투잡’을 뛰는 호주인 근로자가 1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10.5% 급증한 수치로 많은 호주인이 일자리 하나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같은 조사는 호주 통계청(ABS)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것이다. 휴식을 포기하고 추가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급등한 생활 물가가 있다. 호주의 주요 생필품 가격은 지난 3월 기준 1년 전보다 7.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식료품 가격은 같은 기간 8.0%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금리 상승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주택이 부족하자 임대료도 오르는 중이다. 호주 금융 정보회사 캔스타가 집계한 주택 담보대출자의 스트레스 지수는 42.3%다. 스트레스 지수는 중위 소득자가 중간 가격의 집을 사면서 집값의 80%를 주택담보대출로 받았을 때 세전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 지수에서 한계점은 30%로 받아들여진다. 한계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주택을 임대한 가구를 살펴보면 중위 소득 가구는 전체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임대료에 사용하고 있다. 소득이 하위 25%인 가구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 지출에 써야 한다.
호주공인회계사협회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6%가 생활비 압박을 이유로 부업을 고려하고 있었다. 실제로 호주 택배업체 메눌로그는 지난 한 달 동안 택배원 지원자가 1년 전보다 27% 증가했다는 발표를 내놨다.
인터넷 구인광고 업체 인디드(Indeed)의 캘럼 피커링 연구원은 “호주 전체 취업자의 6.6%가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정상으로 간주하는 범위를 훨씬 벗어난 것”이라며 “생활비 위기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업을 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다. 호주 내 남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인력난은 현재 호주가 마주한 사회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이 빠져나갔지만 노동시장은 대체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자리를 원한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피커링 연구원은 “많은 고용주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부업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